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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추 억

blessing1 2024. 7. 30. 17:40

오늘 아침, 문득 서랍 속에서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들었다. 먼지 쌓인 표지를 조심스레 열자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페이지를 넘기자 잊고 있던 추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 순간, 나는 추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추억은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아름답고 덧없다. 순간의 바람에 흩날리듯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 한구석에 깊이 박혀 오랫동안 남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수많은 추억들로 이루어진 모자이크와 같다.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크고 작은 추억들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리라.

 

어린 시절, 할머니 댁 마당에서 뛰어놀던 그 여름날의 기억. 뜨거운 햇살 아래 매미 소리를 들으며 수박을 먹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으로 넓게 펼쳐주신 평상, 그 위에서 사촌들과 함께 나눠 먹던 수박의 달콤한 맛, 그리고 수박씨 멀리 뱉기 시합을 하던 그때의 웃음소리까지. 그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을 뿐인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르겠다.

 

추억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간다. 젊음도, 열정도, 때로는 소중한 사람들도 우리 곁을 떠나간다. 하지만 추억만큼은 영원히 우리의 것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나고 아름다워진다. 마치 오래된 와인처럼,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와 향기를 더해간다.

 

추억은 또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힘들고 지친 날, 옛 추억을 떠올리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것처럼, 추억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한때 친했던 친구와 나눴던 대화, 가족들과 함께했던 소소한 일상,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설렘. 이런 기억들을 떠올리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모든 추억이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아픔과 후회로 가득 찬 기억도 있다. 실수와 실패의 순간들, 이별의 아픔, 후회되는 선택들. 하지만 그런 추억조차도 우리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쓰디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 강해지고, 더 지혜로워진다. 그래서 아픈 추억도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그것 역시 우리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느라 추억을 만들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스마트폰 속에 갇힌 채 진정한 삶의 순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SNS에 올리기 위해 음식 사진을 찍느라 정작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라고.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눈앞의 성공이나 성취도 중요하지만, 삶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라고. 친구와의 대화, 가족과의 식사,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 이 모든 것들이 나중에는 값진 추억이 될 것이라고.

 

추억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추억을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때로는 그 추억들을 꺼내어 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추억은 또한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다시 다음 세대에게 전해질 것이다. 이렇게 추억은 시간을 초월해 우리를 하나로 연결한다.

 

오늘 하루, 나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래된 사진첩을 들춰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삶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에게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마법 같은 존재.

 

사진첩 속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의 내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지. 이렇게 추억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끈이 되어준다.

 

이제 사진첩을 덮으며 나는 생각한다. 오늘의 이 순간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야겠다고. 그렇게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추억은 쌓여간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의 추억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삶의 증거이자, 우리가 살아온 증명이다.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을 자아내겠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소중한 인생이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모습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그렇게 우리는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고, 추억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아름다움이 아닐까.